강의 숨결을 짊어진 거인, 아르헨티노사우루스
아르헨티노사우루스는 지상의 거대함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조용히 보여 주는 존재입니다. 최대 35m의 길이와 약 80,000kg의 체중을 네 발로 떠받치며, 초식의 느린 리듬으로 평원을 건너는 모습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비로소 세노마니아절에서 투로니아절, 99.6 ~ 89.8 Ma의 시간대가 열리면 남미 뉴켄의 대형 하천 평야에는 물안개와 흙냄새가 낮게 깔렸을 듯합니다. 그리하여 이 거인은 강줄기를 따라 번지는 초록을 먹으며, 대지를 가로지르는 아주 긴 하루를 살았을 것입니다. 한 시대의 공기는 거대한 발걸음과 함께 느리게 흔들렸다고 그려집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이 거대한 체구는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넓은 평야에서 꾸준히 먹이를 확보하기 위한 고단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네 발 보행은 무게를 분산하며 긴 이동을 버티게 했고, 높고 넓은 식생대를 품는 몸은 초식 생존의 문법을 완성해 갔습니다. 어쩌면 이 육중한 형태는 공격보다 지속을 택한 시간의 결론에 가까웠습니다.
세노마니아절의 아르헨티노사우루스, 공존의 균형
같은 뉴켄의 무대에는 기가노토사우루스와 코콘사루스 배레일리시도 숨을 나눴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정면 충돌보다,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동선을 비켜 가는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초식을 택한 거인과 육식을 택한 이웃은 자원과 움직임의 결을 달리하며, 같은 평원 안에서도 다른 하루를 살았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흔적이 단 하나라는 사실은 공백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극히 드물게 허락한 희귀한 증언처럼 다가옵니다. 1993년 보나파르테와 코리아의 이름으로 세상에 불린 뒤에도, 이 거인의 전모는 아직 지층의 침묵 속에 더 깊이 누워 있습니다. 여전히 다음 발굴은, 이 느리고 거대한 생의 문장을 더 길게 이어 줄 페이지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