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끝에서 균형을 세운 이름, 보로고뱌 그라키리크루스
바람을 가르기보다 바람의 결을 읽었을 듯한 이 이름은, 메마른 대지 위에서 가볍고도 집요한 생존을 떠올리게 합니다. 1987년 Osmolska가 불러낸 보로고뱌 그라키리크루스는 늦은 백악기의 정적 속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남긴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몽골 Omnogov의 지층이 열리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진 긴 호흡이 먼저 다가옵니다. 그 시간의 폭은 83.6 ~ 66 Ma, 비로소 모래와 빛과 침묵이 한 생명의 발걸음을 오래 품어 온 무대로 전개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이 공룡에게서 읽히는 핵심은 화려함이 아니라,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절제된 방식이었을 가능성입니다. 그리하여 몸의 선택 하나하나는 빠르게 지치지 않고 하루를 건너기 위한, 고단하고도 정교한 문법으로 이어졌겠습니다.
보로고뱌 그라키리크루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Omnogov의 계절에는 갈리미무스 불라투스와 사로로푸스 아느구스티로스트리스도 숨 쉬고 있었고, 어쩌면 같은 바람을 다른 높이에서 나누어 가졌을 것입니다. 서로는 정면으로 소모하기보다 동선을 비켜 주며 긴장을 관리했고, 여전히 같은 압력 아래에서도 각자의 무게중심으로 자리를 지켜 냈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화석이 1건뿐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내 숨겨 둔 희귀한 증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로고뱌 그라키리크루스의 이야기는 완결보다 예고에 가깝고, 다음 발굴의 손길이 닿는 순간 또 다른 장면이 조용히 깨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