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섬의 느린 심장, 케툐사루스 옥소녠시스
케툐사루스 옥소녠시스는 한순간의 포효보다 오래 버티는 숨으로 중생대의 들판을 건넜던 존재로 그려집니다. 1871년 Phillips가 남긴 이름은, 거대한 몸이 남긴 침묵의 파문을 오늘까지 조용히 데려오고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알레니아절에서 칼로비아절, 곧 171.6 ~ 164.7 Ma의 시간은 젖은 흙과 낮은 안개가 번갈아 평원을 감싸던 막처럼 전개됩니다. 레스터셔와 노샘프턴셔, 글로스터셔를 품은 영국의 지층에서는, 느린 걸음이 남긴 무게가 계절처럼 겹쳐지는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이 공룡의 하루는 땅의 결을 읽으며 길게 이어졌을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케티오사우루스 계통이 공유한 기본 골격과 기능 구조는, 화려함보다 지속을 택한 생존의 문법으로 보입니다. 거대한 체구를 다루는 매 순간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선택이었고, 비로소 그 선택들이 긴 시간을 건너 한 종의 운명을 붙들어 주었을 것입니다.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와 케툐사루스 옥소녠시스,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계통의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는 닮은 뼈대 위에서도 행동 선택과 자원 분배의 결을 달리하며, 서로의 자리를 살짝 비켜 섰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메가로사루스 북크란디가 남긴 영국권의 그림자와 마주할 때에도, 포식의 압박과 회피·방어의 길은 정면 충돌보다 동선의 분리로 조율되었을 장면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여섯 점의 화석 흔적은 이야기를 닫기보다, 아직 펼치지 않은 장면을 남겨 둔 채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은 이 거인의 걸음 간격과 삶의 리듬을 조금 더 또렷하게 들려줄 것이고, 여전히 잠든 여백은 미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