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조석의 거인,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
돌과 바람 사이를 오래 견딘 이름,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가 서사의 문을 엽니다. 오언이 1842년에 붙인 이 이름은 지금도 잉글랜드 남부의 오래된 숨결을 부드럽게 깨웁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Sussex(영국)를 거꾸로 더듬으면, 베리아스절에서 발랑기니아절로 이어진 140.2 ~ 136.4 Ma의 시간이 천천히 펼쳐집니다. 젖은 지층의 결마다 무거운 계절이 눌어붙고, 그 위로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의 동선이 긴 호흡처럼 번져 갑니다. 비로소 이 땅은 한 생명의 체온으로 읽히기 시작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케티오사우루스 계통의 몸짓은 힘을 과시하기보다, 넓은 땅에서 오래 버티기 위한 절제의 설계로 그려집니다. 체형의 미세한 차이는 먹이를 찾는 순서와 이동의 반경을 바꾸고, 그리하여 하루의 리듬 자체가 다르게 전개됩니다. 어쩌면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의 형태 또한 덜 다투고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다듬어진 고단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베리아스절의 Sussex에는 히라사루스 아르마투스도 숨을 나눴고, 두 존재는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서로 다른 거리와 속도로 비켜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같은 계통의 케툐사루스 옥소녠시스는 영국의 다른 고장에서 또 다른 생활 리듬을 이어 갔으며, 닮은 뼈대 안에서도 자원 배분의 길이 여럿이었음을 암시합니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긴장은 파열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를 조율하는 조용한 균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PBDB에 남은 화석 흔적이 단 한 건이라는 장면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아주 신중히 건네는 희귀한 증언입니다. 우리는 아직 그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듣지 못했기에, 케툐사루스 브라큐루스의 침묵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미래의 발굴이 흙 속 페이지를 더 넘겨 준다면, 이 느린 거인의 생애는 한층 따뜻한 윤곽으로 되살아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