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밟는 이름, 이궈노돈티푸스 부르레
이궈노돈티푸스 부르레라는 호칭은, 돌 위에 남은 걸음의 리듬까지 품은 채 우리 앞에 조용히 다가옵니다. 사르전트와 동료들이 1998년에 붙인 이 이름은 한 생명의 형체뿐 아니라, 사라진 평원의 호흡을 불러내는 문장처럼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층의 먼지가 천천히 내려앉던 베리아스절, 145 ~ 139.8 Ma의 시간대에는 대지가 아직 젊은 긴장을 품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스페인 소리아와 영국 도싯으로 이어지는 땅에서, 그 걸음은 비로소 서로 다른 하늘 아래 같은 계절을 건넜습니다. 그리하여 두 지역에 남은 흔적은 한 존재의 여정이 바다와 바람을 사이에 두고도 이어졌음을 들려줍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궈노돈류 갈래에 놓인 이 존재의 몸 설계는, 힘을 과시하기보다 오래 버티기 위한 균형으로 다듬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시대의 거대한 친척들과 닮은 뿌리를 지녔어도, 생존의 답안은 처음부터 다른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차이는 속도와 보폭, 그리고 하루를 건너는 에너지의 아껴 씀에서 가장 선명했을 모습입니다.
이궈노돈티푸스 부르레가 남긴 공존의 결
소리아와 도싯의 무대에서 이궈노돈 만텔리와 누테테스 데스트룩토르는 같은 압력을 견디며 서로의 그림자를 배웠습니다. 거대한 이웃과는 층위와 동선을 나누어 쓰고, 더 민첩한 포식자와는 거리와 타이밍을 달리하며 비켜가는 질서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평원의 긴장감은 충돌의 소음보다, 자리를 조율하는 정교한 침묵으로 오래 지속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이름을 붙잡아 주는 화석 흔적이 세 갈래뿐이라는 사실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가 일부러 남겨 둔 여백처럼 느껴집니다. 적은 흔적 사이로도 계절의 이동과 생존의 선택이 또렷이 번져 나오고, 아직 열리지 않은 지층은 다음 장면을 조용히 예고합니다. 미래의 발굴이 한 조각 더 보태지는 날, 이 오래된 발자국의 서사는 더 깊고 따뜻한 숨결로 되살아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