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에 남은 가벼운 맥박, 에롭테릭스 놉크새
에롭테릭스 놉크새의 이름은 오래된 지층 위를 스치는 숨결처럼 다가옵니다. 거친 시간의 압력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이 학명은, 작은 흔적 하나가 얼마나 긴 침묵을 견디는지 조용히 들려줍니다. 그래서 이 존재는 한 종의 호명에 머물지 않고, 말없는 시대의 리듬으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넘어가는 83.5 ~ 66 Ma의 대지에는, 계절보다 느린 변화가 층층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Hunedoara와 Judetul Covurlui의 땅결 위로는 먼지와 바람, 그리고 생존의 발자국이 엇갈리며 전개됩니다. 비로소 그 풍경 한가운데에서 에롭테릭스는 길게 이어진 시간의 결을 따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에롭테릭스라는 갈래는 몸의 쓰임과 거리의 감각을 세심하게 다듬어 온 선택의 결과처럼 그려집니다. 거대한 이웃과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걷지 않고 다른 간격으로 숨을 고르는 전략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존재의 형태는 화려한 과시가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해 조율된 조용한 설계로 읽힙니다. 에롭테릭스 놉크새,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시기, 같은 권역의 잘목세스와 에롭테릭스는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각자의 동선을 조심스레 갈라 썼을 가능성을 남깁니다. 또한 스트루툐사루스 트란실바니쿠스와 나란히 놓아 보면,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달랐기에 같은 평원에서도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갔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 긴장은 충돌의 소음보다 정교한 균형의 침묵으로 더 오래 지속되었을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름이 붙은 것은 1913년 Andrews의 손을 거치면서였고, 오늘 우리 곁에 남은 흔적은 단 2건이라 더욱 희귀하게 빛납니다. 적은 수의 화석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쉽게 내어주지 않은 깊은 여백입니다. 여전히 땅속에는 에롭테릭스의 하루를 더 선명하게 밝혀 줄 페이지가 잠들어 있으며, 미래의 발굴은 그 침묵을 천천히 깨워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