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평원 수호자, 트리케라톱스
1889년 Marsh가 붙인 이름은 한 생명체를 부르는 말을 넘어, 백악기 끝자락의 숨결까지 불러옵니다. 트리케라톱스라는 익숙한 이름 뒤에는 세 개의 뿔과 넓은 프릴로 하루를 버티던, 느리지만 단단한 의지가 서 있습니다. 여전히 이 존재는 거대한 몸집보다 깊은 침착함으로 먼저 기억됩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북아메리카 내륙 평원에 바람이 길게 누웠던 시절, 시간은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흘러 83.5 ~ 66 Ma의 긴 호흡을 이어갔습니다. 그 들판에서 트리케라톱스는 초식의 리듬으로 낮은 식생을 따라 이동했고, 풍경의 일부처럼 조용히 하루를 통과하는 모습입니다. 비로소 땅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생존이란 급한 돌진이 아니라 오래 견디는 기술이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최대 9m, 약 10,000kg에 이르는 몸은 위세의 표식이기보다 흔들리는 환경을 버텨내기 위한 무게중심에 가까웠습니다. 프릴과 뿔은 공격만을 위한 구조라기보다, 같은 초원에서 서로의 경계를 세우고 삶의 거리를 조절하게 한 정교한 언어처럼 읽힙니다. 프릴에 남은 상처 흔적은 같은 종끼리도 치열하게 조율하며 살아냈던 시간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트리케라톱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트리케라톱스 프로르수스는 가까운 계통의 이웃으로서, 비슷한 초식의 길 위에서 먹이 식물을 두고 때로는 나누고 때로는 비켜 가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켄트로사루스 아페르투스 또한 캄파니아절의 공기 속에서 초식의 자리를 지켰고, 계절과 기후의 흔들림 앞에서 서로 다른 동선으로 압력을 흩었을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이 평원의 긴장은 파괴의 충돌보다, 공존을 오래 유지하려는 섬세한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지금까지 드러난 화석 흔적이 서른여섯 갈래에 이르러도, 이 생명의 내밀한 하루는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동의 정확한 길과 행동의 세부 결은 여전히 지층 속에 잠들어 있고, 어쩌면 다음 발굴에서 전혀 다른 장면으로 우리 앞에 돌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트리케라톱스의 이야기는 끝난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계속 이어 써야 할 조용한 페이지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