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의 발자국, 에티란누스 레느기
에티란누스 레느기는 바렘절의 숨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른 폭군 혈통의 포식자였습니다. 발랑기니아절에서 바레미아절로 이어지는 136.4 ~ 125.45 Ma의 시간은, 그 이름에 젖은 숲과 바닷바람의 무게를 함께 새겨 둡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금의 영국 Isle of Wight, 절벽을 타고 흐르던 바람과 축축한 땅 위로 생명의 기척이 낮게 번져 갔습니다. 바렘절의 하루가 저물 때마다 그림자는 길어졌고, 그리하여 이 섬은 살아남기 위한 결정을 매일 다시 쓰는 무대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에오티라누스로 불린 이 존재의 몸은 화려함보다 효율을 택한 결과로 그려집니다. 포식자로 버텨야 했던 세월은 감각과 균형, 움직임의 타이밍을 조금씩 다듬게 했고, 비로소 그 형태 자체가 생존의 문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허트와 동료들이 2001년에 붙인 이름은, 뼈의 침묵 너머에 있던 그 고단한 선택을 오늘도 조용히 들려줍니다.
에티란누스 레느기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바렘절 영국권에서 바료닉스 알케리와 에티란누스 레느기의 길은 때때로 가까이 스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은 같은 포식의 세계에 있었지만, 사냥의 순간과 공간의 결을 달리하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듯 비켜 갔을 모습입니다. 또한 Isle of Wight의 네베나토르 사레리와도 긴장이 흐르되, 평원은 한쪽의 승리보다 정교한 균형으로 오래 이어졌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에티란누스 레느기 곁에 남은 흔적은 단 한 차례만 모습을 드러낸,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증거입니다. 그래서 이 공룡은 완성된 초상이라기보다, 지층이 일부러 남겨 둔 베일에 가까운 존재로 다가옵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의 한 조각이 더해지는 날, 이 조용한 포식자의 하루가 우리 앞에서 한층 또렷하게 숨 쉬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