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등에 얹은 갑주의 순례자, 포라칸투스 폭시
포라칸투스 폭시는 백악기 전기의 긴 새벽을 건너, 섬의 지형과 함께 호흡하던 존재로 그려집니다. 영국 아일 오브 와이트에서 드러난 그 이름은, 버티고 적응하며 시간을 통과한 생의 결을 조용히 전해 줍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지층이 천천히 열리면 바닷바람이 스민 땅 위로 오래된 발걸음의 리듬이 먼저 번져 옵니다. 그 무대는 백악기 전기에서 세노마니아절로 이어진 145 ~ 99.6 Ma의 시간이며, 하루보다 긴 생존의 장면이 겹겹이 전개됩니다. 그리고 1866년 폭스가 붙인 이름은 한 개체의 호명이라기보다, 그 시대 전체의 낮고 단단한 울림처럼 남아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같은 폴라칸투스 계통 안에서도 체형을 운용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머무는 자리와 움직이는 결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포라칸투스 폭시 역시 몸의 비율과 무게중심을 자기 방식으로 조율하며, 거친 환경 속에서 소모를 줄이는 선택을 이어 갔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형태는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매일 다듬어진 문장으로 읽힙니다. 포라칸투스 폭시,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영국의 같은 권역에서는 포라칸투스 룯그익켄시스가 또 다른 체형 전략으로 인접한 삶의 길을 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궈노돈 만텔리 또한 같은 공간 압력 속에서 다른 무게중심의 해법을 펼쳤기에,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동선을 나누어 썼을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래서 그 평원은 충돌의 무대라기보다, 각자의 리듬으로 간격을 맞추던 섬세한 균형의 장소였을 것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우리 손에 닿은 흔적이 다섯 갈래라는 사실은 작아 보이지만, 오히려 시간의 침묵을 더 깊게 울리게 합니다. 적은 흔적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일부러 접어 둔 장면 같은 여백이며 오래도록 상상을 부릅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의 순간, 아일 오브 와이트의 땅은 포라칸투스 폭시가 남긴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펼쳐 보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