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새벽의 귀공자, 에렉토푸스 수페르부스
에렉토푸스 수페르부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대지 위로 곧게 선 발걸음을 먼저 떠오르게 합니다. 조용한 포식자의 실루엣은 시간의 강을 건너 오늘의 상상 속에서도 여전히 숨을 고르는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그가 건너던 계절은 바레미아절에서 알비아절로 이어졌고, 지구의 시계로는 129.4 ~ 100.5 Ma에 걸친 긴 호흡이었습니다. 비로소 퇴적층의 어둑한 결 사이로, 한 계통의 발자국이 느리지만 또렷하게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같은 에렉토푸스 계통의 에렉토푸스 사바게를 비추어 보면, 닮은 몸의 언어도 생존 앞에서 서로 다른 억양을 택했으리라 그려집니다. 그리하여 체형을 다루는 방식과 머무는 자리의 선택은, 힘의 과시보다 오래 버티기 위한 섬세한 결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에렉토푸스 사바게와 에렉토푸스 수페르부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바레미아절의 시간대에, 푸위앙과 콘깬, 사핫사칸을 품은 태국의 땅에서는 푸야느고사루스 시린드호르내가 또 다른 삶의 리듬을 이어 갔습니다. 어쩌면 에렉토푸스의 이동 중심 전략과 그들의 방어 중심 전략은 정면으로 소모되기보다,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균형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1882년 소바주가 이 이름을 세상에 올려놓은 뒤에도, 우리 손에 닿는 흔적은 다섯 차례 모습을 드러낸 화석의 낮은 목소리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적은 흔적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층이 일부러 남겨 둔 신비로운 여백이며, 다음 발굴의 빛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약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