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빛 숨결의 서명, 쿤바르라사루스 예베르시
쿤바르라사루스 예베르시는 알비아절의 바람을 건너 세노마니아절의 문턱까지 보폭을 지켜낸 존재로 그려집니다. 2015년 Leahey 외 연구진이 붙인 이 이름은, 오래 잠든 대지의 낮은 맥박을 오늘에 다시 들려주는 울림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호주 퀸즐랜드의 지층은 젖은 공기와 마른 먼지를 번갈아 품으며, 시간이 겹겹이 쌓인 무대로 펼쳐집니다. 그 무대 한가운데서 쿤바르라사우루스는 105.3 ~ 99.6 Ma의 긴 호흡을 지나, 계절과 지형의 변주를 묵묵히 통과했을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안킬로사우루스류로 읽히는 이 존재의 문법은, 앞서 나가는 속도보다 버티어 내는 결심에 더 가까웠습니다. 무게중심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세심히 조율하는 몸의 선택은, 거친 압력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도 내일을 붙드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쿤바르라사루스 예베르시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시기 같은 땅에서 아스트로사루스 므크킬로피와 묻타부르라사우루스 랑도니가 시야를 나눠 가졌고, 평원은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동선으로 숨 쉬었습니다. 쿤바르라사우루스는 거대한 이웃과의 정면 대치보다 층위와 이동의 간격을 가늠하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한 채 비켜가는 균형을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우리 손에 닿은 흔적이 단 한 건이라는 사실은 공백의 신호가 아니라, 지구 역사가 드물게 허락한 희귀한 증언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접혀 있는 시간의 페이지가 다음 발굴로 열리는 날, 이 조용한 생존자는 더 또렷한 숨결로 다시 우리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