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능선에 새긴 이름
새벽 숲의 미세한 박동, 락인타사라 베네줴래. 우리가 락인타사라 베네줴래라 부르는 이 존재는, 오래 잠들어 있던 지층에서 조용히 자기 이름을 되찾은 모습입니다. 2014년 Barrett 외의 손길을 거치며 그 이름은 비로소 현재의 언어로 건너왔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베네수엘라 타치라를 덮던 땅은, 헤탕절에서 시네무르절로 넘어가는 201.3 ~ 196.5 Ma의 공기를 품고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비로소 거대한 격변의 여운이 가라앉던 그 무렵, 작은 발걸음 하나가 젖은 토양 위로 하루를 시작했을 듯합니다. 그리하여 한 생명의 체온은 깊은 시간의 바닥에서 오래도록 희미한 온기로 남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라퀸타사우라 계통의 몸은 처음부터 다른 계통과 같은 답을 고르지 않았고, 기본 체형과 방어 구조의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펼쳐 보입니다. 어쩌면 그 차이는 더 빠른 사라짐을 피하려는 고단한 선택이었고, 하루하루의 위협 앞에서 몸 전체를 조율한 조용한 결심이었을 것입니다. 진화는 소리치지 않지만, 살아남으려는 마음을 가장 오래된 형태로 새겨 둡니다. 락인타사라 베네줴래,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헤탕절의 같은 하늘 아래 시노사루스 트랴스시쿠스와 윤나노사루스 훠느기도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 무대는 중국의 루펑과 우딩, 윈난으로 타치라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서로 다른 대륙의 식생 압력 속에서 동선을 달리하며 생존의 리듬을 나누어 가진 모습입니다. 여전히 같은 시대의 긴장감은 흐르되, 그 긴장감은 충돌보다 거리와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금 우리에게 건네진 것은 단 한 건의 화석 흔적, 그리고 Taxon 302026이라는 조용한 표식뿐입니다. 그러나 이 희소함은 결핍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쉽게 내주지 않은 귀한 장면이며, 아직 열리지 않은 페이지가 많다는 신호처럼 다가옵니다. 어느 날 타치라의 지층이 더 깊은 숨을 내어 준다면, 락인타사라 베네줴래의 하루는 지금보다 선명한 빛으로 다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