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물가의 속삭임, 레피도케로사루스 나타티리스
2015년, Alifanov와 Saveliev가 붙인 이 이름은 오래 잠들어 있던 시간을 조용히 흔들어 깨웁니다. 레피도케로사우루스 나타틸리스는 바토니아절의 숨결을 품은 채, 한 생명의 체온으로 우리 앞에 돌아온 모습입니다. 학명은 짧지만, 그 울림은 지층의 결을 따라 길게 번져갑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러시아 Chernyshevskiy의 땅은 167.7 ~ 145 Ma에 이르는 바토니아절에서 쥐라기 후기의 바람을 켜켜이 접어 두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연대의 숫자를 읽기보다, 눅진한 흙냄새와 느린 계절의 회전을 먼저 마주하게 됩니다. 여전히 그 풍경은 사라지지 않고, 돌 속에서 낮게 숨 쉬는 듯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남겨진 흔적은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용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조심스레 증언합니다. 어쩌면 이 몸의 문법은 같은 압력 속에서도 다른 선택지를 열기 위한, 긴 적응의 문장이었을 것입니다.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갈라지는 순간마다, 생존은 차가운 계산이 아니라 견디는 기술로 전개됩니다.
레피도케로사루스 나타티리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시기, 같은 땅에서 다로사우루스 오로부스와 쿠린다드로므스 자배카리쿠스도 저마다의 리듬으로 걸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로소 이 평원은 정면 충돌의 무대라기보다, 서로의 무게와 보폭을 읽으며 층위를 나눠 쓰던 공존의 장면으로 그려집니다. 누군가는 넓게 돌고, 누군가는 재빨리 비켜서며, 한 지역의 질서는 그렇게 섬세하게 유지되었을 듯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공룡을 붙잡아 둔 화석은 단 한 건, 그래서 더 희귀하게 빛나는 지구의 편지처럼 다가옵니다. 부족함이 아니라 베일입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장면들이 조용히 다음 발굴자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미래의 삽 끝이 이 여백을 조금 더 채운다면, 우리는 그 침묵의 문장을 한 줄 더 읽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