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등에 얹은 순례자, 리가붸사루스 렌재
리가붸사루스 렌재라는 이름은, 오래된 대지 위를 천천히 건너온 숨결처럼 들려옵니다. 그 학명은 사라진 시간이 남긴 낮고 깊은 울림으로, 지금도 조용히 우리 곁에 머무는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아르헨티나 Neuquen의 지층에는 압티아절에서 알비아절로 이어지던 122.46 ~ 109 Ma의 긴 호흡이 켜켜이 스며 있습니다. 그 시간의 결을 따라가면 리가붸사루스 렌재는 한순간의 그림자가 아니라, 계절과 침묵을 견딘 생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리가붸사루스라는 갈래의 몸은, 빠르게 소모되기보다 오래 버티기 위한 선택으로 다듬어졌을지 모릅니다. 같은 환경 압력 속에서도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조율하며, 생존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섬세한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코마훼사루스 인드하세니와 리가붸사루스 렌재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시기 같은 권역의 무대에는 코마훼사루스 인드하세니와 게뇨덱테스 세루스 또한 각자의 리듬으로 등장했을 장면이 그려집니다. 이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다른 체형과 다른 방어의 출발점을 따라 동선을 비켜 가며 평원을 나눴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하여 그 시대의 긴장감은 파괴가 아니라 정교한 공존으로 이어졌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공룡이 남긴 화석 흔적은 단 1건, 그래서 오히려 지구의 기억이 얼마나 희귀하게 문을 여는지 또렷이 일깨워 줍니다. 2006년 Bonaparte 외가 붙인 이름은 결말이 아니라 서막이며, 아직 잠든 층위들은 다음 발굴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어쩌면 Neuquen의 더 깊은 침묵 속에서, 리가붸사루스 렌재의 생애는 다시 천천히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