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모래를 가르는 숨결, 오조랍토르사루스 뵈레
늦은 빛이 평원을 길게 끌어가던 시대, 오조랍토르사우루스 뵈레는 바람 끝에서 먼저 감지되는 그림자였을지 모릅니다. 그 이름 오조랍토르사루스 뵈레에는, 사라진 시간이 아직 식지 않은 온도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미국 San Juan의 지층은 한 겹 한 겹 접힌 채, 오래된 계절의 숨을 천천히 내쉽니다. 무대는 마스트리흐트절, 곧 70.6 ~ 66 Ma의 끝자락이며, 강과 평원이 번갈아 자리를 내주던 풍경으로 펼쳐집니다. 비로소 우리는 땅의 결을 따라, 이 공룡이 지나간 하루의 무게를 더듬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오조랍토르사루스 계통의 길은 과시보다 생존에 가까운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같은 지역의 다른 계통과 견주어 볼 때 기본 체형과 방어 구조의 출발점부터 달랐다는 흐름은, 움직임과 경계의 우선순위를 다르게 세웠음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그리하여 이 몸의 형태는 승리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내일을 맞기 위한 정교한 결심처럼 읽힙니다.
오조랍토르사루스 뵈레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시기 같은 San Juan의 무대에는 오조케라톱스와 디네벨라토르 노토헤스페루스가 나란히 호흡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서로는 한 공간을 거칠게 빼앗기보다, 다른 체형과 방어의 방식에 맞춰 동선을 나누며 비켜 갔을 모습입니다. 여전히 긴장은 흘렀겠지만, 그 긴장조차 평원의 균형을 붙드는 섬세한 질서로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아 있는 화석의 흔적이 한 번뿐이라는 사실은 빈약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내 감추어 둔 희귀한 서명에 가깝습니다. 2011년 Sullivan 외가 이름을 건넨 뒤에도 이 생의 실루엣은 아직 베일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은 잃어버린 조각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시간을 더 선명하게 들려주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