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의 저녁별, 안킬로사우루스
황혼이 길어지던 마스트리흐트절의 저지대 범람원에서, 이 거대한 초식동물은 땅의 맥박을 낮게 밟으며 하루를 건넜습니다. 등에 얹힌 골편과 꼬리 끝의 곤봉은 위협을 부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끝내 오늘을 살아내려는 오래된 의지의 형태로 다가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북아메리카의 물길이 자주 넘치던 평야, 가필드와 스위트워터와 앨버타로 이어진 땅에서는 바람조차 젖은 흙 냄새를 품고 흘렀습니다. 그 풍경의 시간은 72.1 ~ 66 Ma에 이르는 마스트리흐트절로 스며들고, 강이 남긴 퇴적 사이로 무거운 발걸음의 여운이 천천히 전개됩니다. 비로소 우리는 먼 과거가 아니라, 막 비가 그친 저녁의 숨결 같은 한 장면 앞에 서게 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네 발 보행으로 낮게 중심을 깔고 움직였고, 최대 6m의 몸과 약 4,800kg의 무게를 묵묵히 떠받쳤습니다. 단단한 갑옷과 꼬리 곤봉은 공격성의 과시보다, 느린 초식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진화가 건넨 방패였을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풀과 관목을 고르던 하루하루가, 거대한 몸을 가진 존재에게도 얼마나 섬세한 균형이었는지 조용히 증언합니다. 트리케라톱스 프로르수스와 안킬로사우루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시대 같은 북아메리카 평원에는 트리케라톱스 프로르수스와 렙토케라톱스 그라키리스도 숨을 나눴고, 서로는 한 걸음 앞서기보다 서로의 자리를 읽으며 비켜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두 초식을 택한 이웃이었기에 식물 자원을 두고 긴장은 있었겠지만, 동선과 먹이 높이를 달리하며 공존의 질서를 세웠을 장면이 그려집니다. 어쩌면 방어의 문법이 달랐기에, 같은 들판에서도 하루의 리듬은 저마다 다른 곡선으로 흘렀을 것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1908년 브라운이 이름을 붙인 뒤에도, 이 종은 열네 번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 곁에 조용한 여백을 남겨 왔습니다. 여전히 모든 퍼즐이 닫힌 것은 아니어서, 범람원의 어느 층에서 어떤 계절의 발걸음이 이어졌는지는 베일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발굴은 부족함의 보충이 아니라, 이미 빛나는 서사에 마지막 숨결을 더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