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안데스 새벽의 느린 맥박, 파딜라사루스 레밴시스. 파딜라사루스 레밴시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대륙의 숨결 위에 낮게 울리고, 우리는 그 잔향을 따라 아주 먼 시간의 문 앞에 서게 됩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오늘의 콜롬비아 보야카에 닿은 지층은 오테리브절에서 바레미아절로 흐르는 130 ~ 125.45 Ma의 시간을 천천히 펼쳐 보입니다. 비로소 흙결 사이로 스며든 체온 하나가, 급하지 않은 박동으로 당시 생태계의 공기를 전합니다. 그리하여 이 땅의 침묵은 단순한 돌의 침묵이 아니라, 오래 버틴 생명의 숨으로 들려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이 존재가 택한 몸의 문법은 화려한 과시보다, 골격의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신중한 선택에 가까웠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 선택은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매일의 이동과 방어 우선순위를 조율하며 하루를 건너기 위한 인내였겠습니다. 그래서 그 형태는 완성된 답안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다듬어진 문장처럼 읽힙니다.
파딜라사루스 레밴시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오테리브절에는 이궈노돈 갈벤시스와 보롱 익샤넨시스도 각자의 무대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테루엘, 그리고 중국 이시안과 닝청의 풍경은 보야카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시간의 압력 속에서 서로 다른 걸음의 리듬을 빚어 냅니다. 분류의 결이 달랐던 이 존재들은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달리하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듯 생태계의 균형을 나눠 가진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흔적이 단 하나라는 사실은 결핍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내 감추어 둔 희귀한 증언처럼 다가옵니다. 2015년 Carballido와 동료들이 그 이름을 세상에 올린 뒤에도, 보야카의 더 깊은 층은 아직 천천히 입을 다문 채입니다. 여전히 다음 발굴의 발자국이 그 침묵을 살짝 열어 줄 때, 파딜라사우루스의 서사는 더 긴 호흡으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