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절벽에 새긴 이름, 카마릴라사루스 키루게대
카마릴라사루스 키루게대라는 이름은 오래 잠들어 있던 땅의 숨결을 조용히 깨웁니다. 산체스-에르난데스와 벤턴이 2012년에 건넨 이 명명은, 한 생의 무게를 오늘의 시간으로 잇는 다리처럼 들립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스페인 테루엘의 지층을 스치는 바람은 오테리브절에서 바레미아절로 이어진 긴 계절을 품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130 ~ 125.45 Ma의 깊이로 가라앉아, 발자국보다 오래 남는 침묵을 펼쳐 보입니다. 비로소 우리는 단단한 암석 너머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을 눌러 딛던 존재의 호흡을 듣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카마릴라사루스의 몸은 화려한 과시보다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운 듯한 체형의 문법을 보여줍니다. 이웃한 공룡들과 나란히 떠올리면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감각이 서로 달랐고, 같은 압력 앞에서도 선택지는 다르게 자라났습니다. 그리하여 이 형태는 우연한 장식이 아니라, 하루를 더 건너가기 위한 고단한 결심으로 읽힙니다.
카마릴라사루스 키루게대가 남긴 공존의 결
오테리브절의 테루엘에서는 이궈노돈 갈벤시스와 데랍파렌탸 투로렌시스 또한 같은 무대를 지나갔습니다. 서로는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체형의 틀과 거리 감각을 달리 쓰며, 동선을 조심스레 비켜 갔을 모습입니다. 어쩌면 평원 위의 긴장감은 충돌의 굉음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를 지키려는 정교한 침묵으로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공룡이 남긴 화석 흔적은 단 한 차례라서, 빈칸은 결핍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증언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카마릴라사루스 키루게대는 다 말해진 존재가 아니라, 다음 발굴이 문장을 잇는 순간마다 새롭게 살아나는 이름입니다. 여전히 테루엘의 지층은 조용히 닫혀 있고, 그 침묵의 문이 다시 열릴 때를 오래 기다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