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에 선 유연한 순례자, 프라테사루스 그라키리스
프라테사우루스 그라키리스라는 이름은, 거친 시간의 들판을 오래 견딘 발자국처럼 낮고 길게 울립니다. 플라테오사우루스라는 큰 계통의 결 안에서 이 존재는 한 시대의 호흡을 조용히 대표하는 모습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노리아절의 대지는 아직 젊은 균열과 오래된 침묵이 함께 흐르던 무대였고, 그 위로 228 ~ 208.5 Ma의 긴 시간이 서서히 겹쳐졌습니다. 비로소 그 시간의 층을 따라가면, 프라테사우루스 그라키리스는 한순간의 주인공이 아니라 지층과 함께 늙어 간 생명의 결로 다가옵니다. 어쩌면 우리는 뼈보다 먼저, 그가 지나간 공기의 무게를 먼저 만나게 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같은 플라테오사우루스 계통에 속했다는 사실은 닮음의 증명인 동시에, 살아남는 방식이 얼마나 섬세하게 갈라졌는지 보여 줍니다. 그리하여 체형을 어떻게 쓰고, 어떤 자리에서 머물며, 언제 이동했는지의 선택들이 하루하루의 생존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겉으로는 가까운 친연처럼 보여도, 삶의 리듬은 각자 다르게 조율되었을 것입니다.
프라테사루스 그라키리스가 남긴 공존의 결
노리아절의 또 다른 혈연, 프라테사우루스 로느기켑스가 독일의 Freiburg, GL, Sachsen-Anhalt에 남긴 걸음과 나란히 놓아 보면, 같은 시대의 가까운 계통도 서로 다른 동선을 택했을 가능성이 선명해집니다. 정면으로 밀어내기보다 자원 운용의 결을 달리하며, 평원 위의 간격을 지켜 냈던 균형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레티아절의 프라테사우루스 에리재로 이어지는 흐름은, 비슷한 골격의 틀 안에서도 작은 행동 차이가 다음 시대의 운명을 가른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1905년 Huene가 붙인 이름은 시작의 종소리였지만, 오늘 우리 손에 닿는 것은 다섯 차례의 화석 흔적뿐입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닫힌 문이 아니라, 아직 펼쳐지지 않은 장면을 남겨 둔 여백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잠든 지층 어딘가에서 다음 페이지가 깨어나기를, 이 서사는 오래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