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빛 등을 지닌 순례자, 포라칸투스 룯그익켄시스
포라칸투스 룯그익켄시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흙 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나는 낮은 울림처럼 들립니다. 영국 Sussex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존재는 폴라칸투스 계통의 결을 따라, 버티며 살아내는 시간의 품위를 보여줍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발랑기니아절에서 바레미아절로 이어지는 136.4 ~ 125.45 Ma, 대지는 지금보다 느리고 깊은 호흡으로 계절을 밀어 올렸습니다. Sussex의 층위에는 젖은 바람과 긴 침묵이 켜켜이 쌓였고, 그 위로 이 공룡의 하루가 묵직하게 전개됩니다. 비로소 우리는 한 시대의 문턱을 건너는 발자국을 눈앞에서 보는 듯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같은 폴라칸투스 계통의 골격 프레임을 나누면서도, 삶은 체급과 동선, 방어 운용의 미세한 갈림에서 다른 결을 띱니다. 그 선택들은 화려한 과시가 아니라 하루를 지키기 위한 조용한 결심이었고, 몸 전체에 긴장과 인내의 문법으로 새겨졌습니다. 어쩌면 이 종의 리듬은 빠름보다 견딤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포라칸투스 폭시와 포라칸투스 룯그익켄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포라칸투스 폭시와 힙시로포돈 폭시는 같은 영국권의 땅과 같은 시기의 공기를 나눠 마시며도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이웃으로 그려집니다. 무게를 실은 폴라칸투스의 이동과 민첩함을 앞세운 힙시로포돈의 걸음은,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균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하여 평원은 전장이 아니라, 다른 생존 방식이 함께 성립하던 무대가 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름 붙은 뒤에도 남겨진 흔적이 단 한 번의 화석으로 전해진다는 사실은 결핍이 아니라 희귀한 증언에 가깝습니다. 1996년 Blows가 불러낸 학명은 문을 열었지만, 이야기의 많은 장면은 아직 지층 깊은 곳에 고요히 누워 있습니다. 여전히 Sussex 어딘가에서 다음 조각이 깨어난다면, 이 조용한 거인의 생은 더 따뜻한 결로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