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빛 저녁을 걷는 초식의 숨결, 랍도돈 셉티마니쿠스
랍도돈 셉티마니쿠스는 늦은 백악기의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낮게 깔린 초지의 리듬을 타며 삶을 이어간 존재로 그려집니다. 라브도돈의 혈통 안에 있으면서도, 같은 계통이 저마다 다른 생존 문장을 써 내려가던 시대의 한 줄기 목소리였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프랑스 에로의 지층을 스치면, 바람은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진 긴 시간, 곧 83.5 ~ 66 Ma의 저문 하늘을 천천히 펼쳐 보입니다. 이 땅은 한순간의 무대가 아니라, 계절과 물길이 오래 겹치며 생명들의 보폭을 다듬어 온 장엄한 터전이었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같은 라브도돈 계통의 랍도돈 프리스쿠스와 나란히 떠올리면, 닮은 뿌리보다 생활 전략의 결이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체형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느 서식 자리를 오래 붙드는지 같은 선택은, 먹이를 얻고 위협을 피하기 위해 다듬어진 조용한 결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공룡의 몸은 힘의 과시보다 오래 버티는 균형을 향해 조율된 모습입니다. 랍도돈 셉티마니쿠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캄파니아절의 에로 권역에서 암페로사우루스 아타키스가 거대한 프레임으로 평원을 가로지를 때, 랍도돈 셉티마니쿠스는 다른 거리와 동선을 택했으리라 그려집니다.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먹이의 높이와 이동의 폭을 달리하며 비켜 가는 장면이, 그 시대 생태계의 섬세한 긴장으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조용한 간격 덕분에 한 땅의 저녁은 더 오래 이어졌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1991년 Buffetaut와 Le Loeuff가 이름을 건넨 뒤에도 우리 곁에 남은 흔적은 단 두 점, 그러나 이 희소함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농밀한 여운입니다. 아직 덜 열린 지층의 페이지마다 랍도돈 셉티마니쿠스의 하루가 더 잠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미래의 발굴이 그 여백을 살며시 밝혀 줄 때, 우리는 이 온순한 생존자의 숨결을 한층 또렷하게 듣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