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초원을 건너는 잎의 순례자, 랍도돈 프리스쿠스
랍도돈 프리스쿠스라는 이름에는, 포효보다 오래 남는 초식의 인내가 잔잔히 스며 있습니다. 1869년 마테롱이 남긴 명명은 거대한 격돌보다 버텨 내는 삶의 결을 먼저 들려주는 장면처럼 다가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층은 83.5 ~ 66 Ma의 느린 숨을 품은 채,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기울던 세계를 비로소 펼쳐 보입니다. 그리하여 프랑스 에로와 캐나다 앨버타처럼 멀리 떨어진 땅들까지도 같은 시대의 바람을 나누며, 초식 생명의 하루가 서로 다른 빛으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랍도돈 계통의 자리에 선 그는, 몸을 다루는 방식과 서식 전략을 섬세하게 가다듬으며 살아남는 길을 써 내려간 모습입니다. 같은 계통의 랍도돈 셉티마니쿠스를 함께 떠올리면, 닮은 뿌리에서 갈라진 선택들이 각자의 생존 리듬을 더욱 또렷하게 증언합니다. 랍도돈 셉티마니쿠스와 랍도돈 프리스쿠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켄트로사우루스 아페르투스 또한 같은 시기의 초식을 살아냈고, 어쩌면 식물을 향한 발걸음 앞에서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갔을 것입니다. 먹이를 바라는 마음은 닮아 있어도 머무는 결은 다르게 짜였을 가능성이 크며, 그 섬세한 거리 두기 덕분에 평원은 긴장 속 균형을 유지했을지 모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종은 스무 번에 못 미치는, 열아홉 차례의 귀한 흔적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접힌 페이지로 남아 있고, 미래의 발굴은 그 조용한 걸음을 한층 깊은 숨결로 되살려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