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강둑의 잠행자, 사로르니토레스테스 술리바니
이 이름은 캄파니아절의 바람을 타고, 산후안의 거친 지층 위를 낮게 스치던 한 계통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로르니토레스테스라는 혈통 안에서도 술리바니는 닮은 뼈대의 운율을 지니되, 제 몫의 길을 따로 고른 존재로 그려집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미국 San Juan의 땅은 켜켜이 쌓인 층리 속에,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기울던 83.5 ~ 70.6 Ma의 숨결을 아직 품고 있습니다. 비로소 그 시간의 문이 열리면, 거친 평원과 물길 사이를 스치는 작은 긴장들이 하루의 리듬을 만들고 술리바니의 걸음도 그 결 위에서 이어졌을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같은 사로르니토레스테스 계통이 나눈 골격 프레임은 단순한 닮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다듬어진 정교한 선택으로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체형 운용의 미세한 차이는 움직임의 각도와 이동의 결을 갈라 놓았고, 술리바니 또한 그 고단한 갈림길 끝에서 자기 방식의 균형을 세웠습니다. 어쩌면 진화는 거대한 도약보다, 매일 조금씩 방향을 고쳐 잡는 인내에 더 가까웠는지 모릅니다.
사로르니토레스테스 술리바니가 남긴 공존의 결
산후안의 같은 무대에는 사로르니토레스테스 로부스투스와 사로르니토레스테스 랑스토니도 숨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서로는 같은 시대의 친연한 그림자였지만, 늘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동선을 조금씩 비켜 가며 평원의 질서를 지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같은 환경의 압력 아래에서도 세부 전략은 달라졌고, 그 차이가 공존의 폭을 넓혀 주는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금 우리 곁에 닿는 술리바니의 흔적은 단 한 차례 모습을 드러낸, 지구 역사가 간직한 희귀한 증언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5년에 이름을 얻은 뒤에도 이야기의 대부분은 지층 속에 조용히 접혀 있고, 그 침묵은 부족함이 아니라 시간의 베일처럼 빛납니다. 미래의 발굴이 또 하나의 조각을 건네는 날, 이 고요한 공백은 더 길고 깊은 서사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