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협곡의 숨결, 수스키티란누스 하제래
투로니아절의 바람을 등에 지고, 이 이름은 고요한 사냥의 리듬으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2019년 Nesbitt 외가 붙인 호명은 오래 잠든 지층의 숨을 오늘로 데려오는 낮은 종소리처럼 들립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비로소 미국 Catron의 지층이 입을 열면, 계절보다 느린 시간이 모래 알갱이 사이를 흘러갑니다. 그 무대는 투로니아절에서 코니아시안절로 이어지는 93.5 ~ 89.3 Ma의 길목이며, 빛과 그림자마저 생존의 언어로 바뀌던 세계였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그리하여 수스키티란누스 하제래의 몸은 티라노사우루스류 계통의 흐름을 따라, 포식의 압박을 견디는 방향으로 빚어졌을 모습입니다. 체형의 설계는 힘만을 드러내기보다 순간의 거리와 타이밍을 읽어 살아남으려는 고단한 선택으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선택은 거친 평원에서 오래 버티기 위한 가장 조용한 용기였겠습니다.
수스키티란누스 하제래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투로니아절의 Catron에서는 주니케라톱스 크리스토페리와 제아티 루고쿠루스가 시야를 나누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긴장은 정면의 파괴보다 동선의 절제로 나타나고, 한쪽이 압박을 만들면 다른 쪽은 회피와 방어의 리듬으로 거리를 조절했을 것입니다. 여전히 같은 땅을 밟되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움직임이, 그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냈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화석 흔적이 단 한 점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속삭임입니다. 그래서 수스키티란누스 하제래는 끝난 존재가 아니라, 아직 펼쳐지지 않은 페이지를 품은 채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미래의 발굴이 Catron의 침묵을 조금 더 걷어 내는 날, 이 조용한 이름은 다시 깊은 호흡으로 살아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