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층의 느린 심장, 트리고노사루스 프리케
트리고노사우루스 프리케라는 이름은 늦은 백악기의 바람을 품은 채, 아주 천천히 우리 앞에 걸어 나오는 울림입니다. 그 존재감은 거대함의 과시보다 오래 버틴 생명의 리듬으로 다가오며, 시간 위에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마스트리흐트절의 끝자락, 지금의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에는 72.1 ~ 66 Ma의 긴 황혼이 눕듯 이어졌습니다. 마른 흙내와 젖은 공기가 번갈아 스치던 평원에서, 이 공룡의 발걸음은 한순간의 장면이 아니라 한 시대의 호흡으로 번져 갑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트리고노사우루스 계통의 몸은 같은 땅의 이웃들과 다른 체형 프레임과 거리 감각을 택한 모습입니다. 비로소 그 선택은 앞서 달리는 힘보다 오래 버티는 질서를 향해, 생존의 문법을 조용히 다듬어 온 여정으로 그려집니다. 어쩌면 그 고단한 조율 덕분에, 거대한 몸은 충돌보다 지속을 먼저 배우게 되었을 것입니다.
트리고노사루스 프리케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마스트리흐트절의 미나스제라이스에서 바루티탄 브리퇴와 우베라바티탄 리베뢰의 동선이 나란히 스쳐 갑니다. 출발점이 다른 몸의 설계는 먹이를 대하는 높이와 움직임의 간격을 달리 만들었고, 그리하여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균형이 전개됩니다. 가까워질 때는 긴장이 피어도, 멀어질 때는 또 다른 평온이 이어지는 풍경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우리에게 닿은 흔적이 단 두 점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어렵게 건네 준 희귀한 증언입니다. 2005년 캄푸스와 동료들이 트리고노사루스 프리케라는 이름을 붙인 뒤에도, 이야기는 완결 대신 여백을 품은 채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잠든 층이 다시 열리는 날, 이 느린 거인의 하루는 더 깊은 숨결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