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루엘의 새벽을 짊어진 거인, 아라고사루스 이스캬티쿠스
아라고사우루스 이스캬티쿠스라는 호명은 오래된 땅이 천천히 숨을 고르는 순간을 떠오르게 합니다. 베리아스절의 문턱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존재는, 막 열리기 시작한 백악기의 공기 속으로 묵직한 걸음을 옮기는 모습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스페인 테루엘의 지층을 따라 내려가면 시간은 145 ~ 136.4 Ma로 길게 늘어지고, 베리아스절에서 발랑기니아절로 넘어가는 계절의 결이 눈앞에 번집니다. 그리하여 그 땅의 바람과 흙냄새 사이에서, 한 생명이 하루를 버티기 위해 대지의 리듬에 몸을 맞추던 장면이 조용히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아라고사우루스 계통으로 불리는 이 공룡에게서 읽히는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용은, 같은 압력 앞에서도 다른 답을 찾아가려는 인내처럼 그려집니다. 비로소 몸의 균형은 형태의 과시가 아니라 쓰러지지 않기 위한 생활의 기술이 되고, 다음 날로 건너가기 위한 고단한 결심으로 남습니다.
베리아스절의 아라고사루스 이스캬티쿠스, 공존의 균형
같은 베리아스절, 같은 테루엘 권역에서 이궈노돈 만텔리와 이궈노돈티푸스 부르레의 흔적이 나란히 떠오르면 평원은 충돌보다 간격의 미학을 먼저 들려줍니다. 어쩌면 서로는 동선을 미세하게 나누고 보폭의 리듬을 달리하며, 같은 땅의 압력을 각자의 무게중심으로 견뎌 냈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흔적이 단 한 점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주 드물게 허락한 희귀한 증언으로 다가옵니다. 1987년 Sanz 외 연구진이 그 이름을 불러 준 뒤에도 이야기는 닫히지 않았고, 테루엘의 지층은 아직 오지 않은 발굴의 순간을 천천히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