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빛 숨결의 순례자, 켑사루스 알게롄시스
켑사루스 알게롄시스라는 이름은 2005년, 오래 잠든 뼈의 숨결 위에 조심스레 얹혔습니다. 켑사루스의 계통을 품은 이 존재는 칼로비아절의 바람 속에서, 느리지만 단단한 생의 박동으로 다가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알제리 나마의 지층이 열리면, 먼지와 침묵 사이로 중기 쥐라의 공기가 천천히 번져 옵니다. 그 장면은 166.1 ~ 163.5 Ma의 시간 위에서 전개되며, 한 생명의 자취가 바위 결을 따라 은은히 떠오릅니다. 숫자는 짧아 보여도, 그 시대의 무게는 여전히 깊고 묵직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이 존재의 몸은 화려한 과시보다, 매일을 버텨 내기 위한 균형을 택한 모습입니다.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은 같은 압력 속에서도 다른 선택지를 열어 주었고, 그리하여 삶은 흔들림 속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진화는 한 번의 도약이라기보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오래 다듬어진 자세로 읽혀집니다.
켑사루스 알게롄시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칼로비아절의 하늘 아래에는 테라느고스포두스 판데미쿠스와 두랴티탄 후메로크리스타투스도 각자의 보폭으로 움직였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체형의 문법과 방어의 출발점은 같은 시대의 압력을 저마다의 동선으로 풀어 냈고, 생태계는 단선적 승부가 아닌 다층의 균형으로 유지됩니다. 어쩌면 이들은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방식으로, 한 시대의 평원을 함께 지켜 냈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화석 흔적은 단 1건, 그래서 켑사루스는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증거로 서 있습니다. 이 조용한 여백은 끝이 아니라 예고이며, 아직 열리지 않은 장면들이 지층의 어둠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비로소 다음 발굴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이 이름의 하루를 더 또렷한 온도로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