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는 거대한 깃의 그림자, 하그리푸스 기간트스
하그리푸스 기간트스라는 이름은 오래 잠든 지층에서 막 걸어나온 존재의 체온처럼 천천히 번져옵니다. 그리고 2005년 Zanno와 Sampson이 붙인 이 이름은, 한 시대의 침묵에 인간의 언어가 닿는 순간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금의 미국 Garfield 땅을 감싸던 캄파니아절의 평원은, 비로소 마스트리흐트절을 향해 기울며 83.5 ~ 70.6 Ma의 긴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먼지와 습기가 번갈아 스치는 그 시간의 결 속에서, 하그리푸스는 거대한 계절의 리듬에 몸을 맞추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이 동물의 몸은 빠름과 버팀 사이에서 오래 조율된 악보처럼,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영이 생존의 방향을 결정하도록 다듬어진 듯 그려집니다. 그리하여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는 한순간의 선택이 아니라, 매일의 위험을 통과하기 위해 축적된 고단한 습관으로 전개됩니다.
하그리푸스 기간트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캄파니아절의 Garfield 땅에서는 아크리스타부스 각스라르소니와 파라사로로푸스 키르토크리스타투스 또한 같은 바람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서로는 정면으로 소모되기보다, 다른 골격의 리듬과 다른 무게중심의 습성으로 동선을 나누며 평원을 비켜 갔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미세한 거리 두기야말로, 한 땅이 여러 생명을 오래 품는 가장 조용한 질서였습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하그리푸스에게 남은 흔적이 단 한 건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일부러 접어 둔 희귀한 장면처럼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이름 곁의 여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아직 열리지 않은 Garfield의 층위 어딘가에서 다음 페이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