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황혼 협곡의 낮은 심장박동, 테라토포느스 쿠르리. 테라토포느스 쿠르리라는 이름은 사라진 들판의 숨결을 붙잡은 채, 긴 세월을 건너 우리 곁에 조용히 도착한 모습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넘어가던 83.5 ~ 70.6 Ma, 오늘의 미국 가필드와 유타 일대에는 젖은 흙냄새와 뜨거운 빛이 번갈아 내려앉았을 것입니다. 그 땅의 지층은 한 계절이 아닌 수백만 년의 호흡으로 포식자와 초식동물의 발자국을 감싸 안고, 비로소 이 존재의 시간을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티라노사우루스류의 결을 잇는 이 존재에게 골격과 턱의 구조는 위엄을 뽐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굶주림과 상처를 견디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한 번의 추격에 모든 힘을 쏟고도 다시 내일을 맞아야 했기에, 몸의 설계는 거칠기보다 정밀한 절제 쪽으로 다듬어졌다고 그려집니다. 그리하여 테라토포느스 쿠르리의 실루엣은 힘의 과시보다 생존의 문장으로 읽힙니다. 테라토포느스 쿠르리,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캄파니아절의 가필드 권역에서 아크리스타부스 각스라르소니가 움직이던 시간은, 테라토포느스 쿠르리의 동선과 느슨하게 겹쳐졌을 가능성을 남깁니다. 어쩌면 둘은 먹이와 지형의 결을 서로 읽으며, 정면의 소모전보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쪽을 택했을 것입니다. 또한 파라사로로푸스 키르토크리스타투스가 무리의 리듬으로 평원을 건널 때, 포식과 회피의 거리감은 충돌보다 섬세한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2011년 Carr 외 연구진이 이름을 세상에 올려놓았지만, 이 공룡은 아직 지층 속에서 단 두 번만 모습을 드러낸 희귀한 증거로 남아 있습니다. 적다는 사실은 결핍이 아니라, 지구의 기억이 일부러 남겨 둔 깊은 여백처럼 느껴집니다. 여전히 잠든 층이 조금 더 열리는 날, 그의 하루와 마지막 계절은 지금보다 또렷한 장면으로 돌아올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