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새겨진 발의 서정, 이레네사리푸스 옥키덴타리스
이레네사리푸스 옥키덴타리스라는 이름은 거대한 포효보다 먼저, 땅 위를 스쳐 간 생명의 호흡을 들려줍니다. 보이지 않는 주인공의 몸은 사라졌어도, 발걸음의 리듬만은 오래 남아 시간의 첫 장면을 엽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알비아절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지금의 캐나다 서쪽 땅에는 젖은 흙과 낮은 안개가 하루의 경계를 부드럽게 감쌌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113 ~ 100.5 Ma의 길고 깊은 계절 속에서, 한 존재는 자신의 무게를 땅에 맡기며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뼈의 장광설이 아니라, 지층이 오래 품어 온 움직임의 잔향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레네사리푸스라는 갈래는 힘을 과시하기보다 이동의 효율과 순간의 판단을 앞세운 생존의 문법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그 발의 배열과 보폭은 위험을 정면으로 밀어내기보다, 먼저 길을 읽고 먼저 비켜 가기 위해 다듬어진 선택이었겠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진화의 손길 아래, 살아남는 방식은 그렇게 조용한 정교함으로 전개됩니다.
이레네사리푸스 옥키덴타리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알비아절, 같은 브리티시컬럼비아 권역에서 드로마사루스 알베르텐시스의 그림자도 이 풍경 곁을 스쳐 갔습니다. 둘은 서로를 몰아붙이기보다 동선을 달리하고 층위를 나누며, 각자의 이동과 방어 리듬을 지켜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훗날 같은 땅에 페르리사루스 수스투텐시스가 다른 체형의 박자로 이어지며, 이 지역의 생태 무대가 오래 이어졌음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를 가리키는 화석 흔적은 단 한 차례만 모습을 드러내며, 희귀함 자체로 지구 역사의 깊이를 말해 줍니다. 1932년 Sternberg가 이름을 붙인 뒤에도, Taxon 85119라는 표지는 닫힌 결론이 아니라 아직 덜 펼쳐진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남은 침묵의 층들은 다음 발굴의 빛을 기다리며, 우리에게 더 느리고 더 섬세한 상상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