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에 남은 느린 심장, 렙바키사루스 가라스배
렙바키사우루스 가라스배라는 이름은 북아프리카의 붉은 지층 위로 길게 눕는 숨결처럼 들려옵니다. 레바키사우루스 계통에 속한 이 존재는 한순간의 번쩍임보다 오래 버티는 리듬으로, 시간의 무게를 등에 지고 걸었던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알비아절에서 투로니아절로 넘어가는 113 ~ 93.5 Ma의 대지는, 바람이 층층의 퇴적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열렸습니다. 오늘의 모로코 Er Rachida와 Azilal, Er Rachidia로 이어지는 땅에서 그 흔적이 이어지고, 그리하여 한 생의 동선이 사막의 결로 번져갑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레바키사우루스의 체형 설계는 속도를 과시하기보다 오래 견디고 이어 가려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몸의 균형을 지키며 긴 이동을 감당하려는 그 문법은, 하루하루를 건너기 위해 다듬어진 생존의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스피노사우루스와 렙바키사루스 가라스배, 같은 무대의 공존 알비아절의 Er Rachida 권역에서 스피노사우루스가 자신만의 무대를 펼칠 때, 렙바키사루스 가라스배는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박자로 평원을 건넜을 가능성이 그려집니다. 같은 지역에 흔적을 남긴 델타드로므스 아기리스와도, 서로의 재능이 다른 만큼 활동의 결을 비껴 가며 자리를 나눴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땅의 긴장감은 정면의 충돌보다 정교한 거리 두기 속에서 더욱 깊어졌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1954년 Lavocat가 이름을 건넨 뒤에도, 이 공룡은 화석이 네 차례 모습을 보인 채 더 많은 이야기를 지층 아래에 접어 두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듯 보이면서도 아직 넉넉하지 않은 그 흔적은 부족함이 아니라, 미래의 발굴을 기다리는 조용한 여백입니다. 어쩌면 다음 발견은 이 느린 거인의 하루를,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또렷하게 되살려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