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강가를 지키는 문지기, 케르베로사루스 마나키니
케르베로사루스 마나키니는 사라져 가는 백악기 끝자락에서, 오래된 평원의 호흡을 견디며 살아간 존재로 그려집니다. 2004년 Bolotsky와 Godefroit가 붙인 이름은, 잠들어 있던 땅의 목소리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순간처럼 들립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러시아 아무르의 물가에는 젖은 흙 냄새와 엷은 안개가 겹치고, 계절은 느리지만 단호하게 생명들의 자리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마스트리흐트절, 곧 70.6 ~ 66 Ma의 시간은 하루의 속도가 아니라 지층의 박자로 흐르며, 살아남는 법을 매번 새롭게 묻는 무대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공룡의 발걸음도 정복보다 적응에 가까운 리듬으로 이어졌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 존재의 몸은 화려한 과시보다, 버티는 균형을 먼저 택한 모습입니다.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이 이웃들과 갈라졌다는 흔적은, 같은 압력 속에서도 다른 선택지를 품었다는 조용한 증언으로 읽힙니다. 비로소 그 차이는 빠름의 경쟁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정교한 결심으로 전개됩니다. 아무로사루스 랴비니니와 케르베로사루스 마나키니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시기 같은 권역의 아무로사루스 랴비니니와 케르베로사루스 마나키니는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층위와 동선을 나누며 거리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쿤두로사루스 나고르니까지 시야에 들어오면, 먹이와 이동의 리듬은 승패보다 분배와 타이밍의 균형으로 펼쳐졌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평원은 충돌의 무대가 아니라,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법을 익힌 생태계의 합주였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화석 흔적이 단 한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 겨우 허락된 희귀한 장면처럼 다가옵니다. 그래서 케르베로사루스 마나키니는 완결된 초상이라기보다, 아직 덜 펼쳐진 필름의 한 프레임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아무르의 지층 어딘가에서 다음 페이지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으며, 미래의 발굴은 그 침묵에 새로운 숨결을 더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