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안개에 새긴 긴 노래, 오로로티탄 아라렌시스
오로로티탄 아라렌시스는 마스트리흐트절의 끝자락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던 초식 거인의 이름입니다. 사라져 가는 백악기의 빛 속에서도, 이 이름은 여전히 땅 위를 건너던 생명의 리듬을 들려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러시아 Yevrey의 지층을 열면, 젖은 흙 냄새와 함께 오래된 저녁이 먼저 다가옵니다. 그 저녁은 마스트리흐트절, 곧 70.6 ~ 66 Ma의 시간에 걸쳐 느리게 접히고 펼쳐지며 풍경을 바꿔 놓습니다. 비로소 우리는 한 종의 이름이 아니라, 그 시대의 공기 전체가 흔들리던 장면 앞에 서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올로로티탄의 몸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해 조율된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같은 압력 속에서도 조금 덜 소모하고 조금 더 멀리 나아가려는 결심이, 이 계통의 체형 설계로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그 구조는 위엄의 장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온화한 고집으로 남습니다. 쿤두로사루스 나고르니와 오로로티탄 아라렌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Yevrey의 같은 시간대에는 쿤두로사루스 나고르니가 곁을 지나고, 아무로사루스 랴비니니 역시 같은 시대권에서 호흡을 맞춥니다. 서로는 정면으로 밀어내기보다 층위를 나누어 쓰며, 각자의 먹이 길과 이동 리듬을 조심스레 지켜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평원 위의 긴장감은 충돌의 소음보다, 비켜 서서 공존하던 침묵으로 더 깊어졌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거인이 남긴 화석 흔적은 단 1건, 그래서 그 빈칸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장면처럼 다가옵니다. 2003년 Godefroit 외의 명명 이후에도 오로로티탄 아라렌시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입니다. 여전히 다음 발굴의 손길이 닿는 날, 마스트리흐트절의 바람은 한 줄 더 선명한 목소리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