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설의 바람을 견딘 초원의 순례자, 모르로사루스 안타르크티쿠스
차가운 남쪽 대지에서 풀빛을 더듬던 숨결 하나가, 오늘 우리 앞에서 느린 맥박처럼 되살아납니다. 모르로사루스 안타르크티쿠스라는 이름은 사라진 생의 표지이면서도, 끝내 이어지려 했던 시간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마스트리흐트절의 끝자락, 70.6 ~ 66 Ma에 이르는 긴 황혼 속에서 AA의 땅은 차갑고도 넓은 생존의 무대로 전개됩니다. 바람은 낮은 식생 사이를 훑고, 계절의 흔들림은 하루하루의 걸음을 더 신중하게 만들었을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모르로사루스라는 계통의 몸은 화려함보다 지속을 택한 설계로 그려지며, 그리하여 먹이를 찾는 동선과 체력의 배분이 생존의 문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초식의 삶은 늘 평온하지만은 않았고, 어쩌면 이 공룡의 모든 선택은 빠르게 지배하기보다 오래 버티기 위한 방향으로 다듬어졌습니다.
마스트리흐트절의 모르로사루스 안타르크티쿠스, 공존의 균형
같은 시기 같은 AA의 무대에는 임페로바토르 안타르크티쿠스도 숨 쉬고 있었기에, 포식의 압박과 회피의 지혜는 서로의 거리를 정교하게 조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동시대를 살았던 트리케라톱스 프로르수스와는 각기 다른 땅에서 비슷한 식물 자원을 마주하며, 정면의 다툼보다 서로 다른 동선을 택하는 생태의 균형이 이어졌을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를 붙드는 흔적이 단 한 점뿐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아주 조심스럽게 남겨 둔 희귀한 초대장입니다. 2016년 Rozadilla 외 연구진이 이름을 건넨 뒤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지층은 미래의 발굴과 함께 비로소 다음 장면을 열어 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