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호수 안개의 수호자, 파키리노사루스 라쿠스태. 파키리노사우루스 라쿠스태라는 이름은 오래된 평원의 숨결을 이마에 얹은 듯, 느리지만 끝내 물러서지 않는 생의 표정을 전해 줍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지금의 캐나다 앨버타를 감싸던 캄파니아절의 들판에는 차가운 바람과 젖은 흙냄새가 계절마다 번졌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이 존재는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83.5 ~ 70.6 Ma의 긴 막을 건너며,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빛을 받아 냈습니다. 시간은 한 걸음마다 더 깊어졌고, 생존은 그 깊이만큼 조용히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파키리노사우루스 계통으로 이어진 몸의 철학은 한순간의 질주보다, 버티고 간격을 읽는 방식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설계는 눈앞의 승부가 아니라 긴 계절을 통과하기 위한 고단하고도 정확한 선택이었습니다. 비로소 그런 선택들이 쌓여, 살아남는 리듬 자체가 한 생애의 언어가 됩니다.
캄파니아절의 파키리노사루스 라쿠스태, 공존의 균형
같은 캄파니아절의 앨버타에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켄트로사우루스 아페르투스가 함께 숨 쉬었고, 하나의 평원 위에서 서로 다른 길이 펼쳐졌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 계통과는 체형의 철학이 처음부터 달라, 마주침보다 동선을 나눠 쓰는 시간이 더 많았으리라 그려집니다. 센트로사우루스 계통의 이웃과도 거리 운영의 감각을 달리하며, 긴장은 남기되 자리를 존중하는 균형으로 하루가 흘렀을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Currie 외가 2008년에 이름을 붙인 뒤에도, 남겨진 화석 흔적은 단 하나여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 희소함은 빈자리가 아니라, 지구의 오랜 기억이 아주 드물게 건네는 귀한 증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직 열리지 않은 앨버타의 지층 어딘가에서, 다음 장면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를 오래 기다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