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지층에 새겨진 숨결, 랍도돈 쉐스시
우리는 랍도돈 쉐스시라 불린 이 존재 앞에서, 캄파니아절의 바람이 길게 흔들리던 대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같은 계통의 결을 지닌 모크로돈의 가지로서, 이 이름은 한 시대의 생존 문법을 낮고 단단한 숨결로 들려줍니다. Bunzel이 1871년에 붙인 학명의 울림은 오래된 지층 위에 아직 식지 않은 발자국처럼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이 생의 무대는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83.5 ~ 66 Ma의 긴 황혼으로 전개됩니다. 흙은 하루가 아니라 수천만 년의 무게로 다져졌고, 작은 움직임 하나도 그 두터운 시간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얻습니다. 그리하여 이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는 지층 속 정적과 바람의 결을 함께 듣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모크로돈 계통에 속한 랍도돈 쉐스시는 몸의 틀과 이동의 리듬을 오래 버티는 쪽으로 다듬어 온 선택을 품고 있었던 모습입니다. 순간의 돌진보다 거리 운영과 에너지의 균형을 지키는 방식으로, 이들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치밀하게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 구조는 화려한 과시가 아니라, 반복되는 환경의 압력에 응답해 온 성실한 설계로 읽힙니다. 모크로돈 보로시와 랍도돈 쉐스시, 같은 무대의 공존 가까운 계통의 모크로돈 보로시는 산토니아절의 헝가리 Veszprem에서 다른 장면을 남기며, 같은 뿌리 안에서도 행동 선택과 자원 분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들려줍니다. 캄파니아절의 사로르니토레스테스 랑스토니는 미국 Golden Valley, Wheatland, Brewster 외 여러 지역에서 모습을 보이며,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의 체형 프레임과 거리 운영이 모크로돈 계통과 다른 궤적을 그렸음을 암시합니다. 서로를 밀어내는 충돌이라기보다, 어쩌면 각자의 동선을 조율하며 같은 시대의 긴장을 견뎌 낸 균형에 더 가까웠겠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공룡을 붙잡아 주는 화석은 세 점, 많지 않기에 오히려 지구 역사가 아껴 남긴 희귀한 증언처럼 다가옵니다. 빈칸은 결핍이 아니라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이며, 미래의 발굴은 이 조용한 주인공의 생활 반경을 더 선명하게 비춰 줄 것입니다. 여전히 흙 아래에는 랍도돈 쉐스시가 건너던 하루의 결이 잠들지 않은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