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엘파소의 바람을 품은 순행자, 테피타랴 케르리. 마른 지층 위를 스치던 오래된 숨결처럼, 이 이름은 한 생명의 체온을 조용히 되살려 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지층이 천천히 갈라지면 오늘의 미국 El Paso에는 압티아절에서 알비아절로 이어진 시간이 깊게 번져 있습니다. 그 시간의 결은 125 ~ 100.5 Ma, 모래와 침묵이 겹쳐 한 존재의 발자취를 오래 품어 온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테피타랴 계통의 몸틀은 과시보다 지속을 택한 선택처럼 그려집니다. 한 걸음의 각도와 이동의 간격을 아끼며 살아남으려 했던 고단한 리듬이, 그 형태의 문장마다 잔잔히 스며 있습니다. 테피타랴 케르리,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시기 같은 권역에서 테논토사루스 틸렏티와 아크로칸토사루스 아토켄시스의 그림자도 나란히 지나갑니다. 그러나 이 땅의 긴장은 정면의 충돌보다, 서로 다른 체형 프레임과 거리 운영 방식이 각자의 통로를 비켜 주는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동선은 달랐고, 그리하여 공존의 하루가 조용히 이어졌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화석 흔적이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어렵게 남긴 희귀한 증언입니다. Brill과 Carpenter가 2007년에 이 이름을 세상에 올린 뒤에도, El Paso의 땅은 아직 열리지 않은 문장을 품고 있습니다. 여전히 미래의 발굴이 한 장을 더 넘긴다면, 테피타랴 케르리의 삶은 지금보다 선명한 숨결로 우리 앞에 돌아올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