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람이 벼린 거대한 그림자, 토르보사루스 구르네
우리가 토르보사우루스 구르네라 부르는 이 이름은, 오래된 지층 위로 다시 걸어 나오는 한 존재의 호흡처럼 들립니다. 2014년 헨드릭스와 마테우스가 붙인 학명은 늦은 쥐라기의 침묵에 인간의 언어를 얹은, 조심스러운 인사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키메리지절에서 티토니아절로 이어지는 155.7 ~ 145 Ma의 시간은, 포르투갈의 레이리아와 리스보아, 로우리냐와 또 하나의 땅을 느리게 감싸며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그 땅의 공기는 짧은 순간이 아니라 긴 계절의 층으로 쌓였고, 그 안에서 이 계통의 발걸음이 여전히 그려집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토르보사우루스 계통으로 묶인다는 사실은 닮음의 선언이면서도, 비로소 각 존재가 몸을 운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세밀하게 갈라졌는지 보여줍니다. 같은 줄기에서도 서식 전략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았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은 힘의 과시보다 환경의 결을 읽는 인내로 다듬어졌습니다. 토르보사루스 구르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키메리지절의 레이리아에서 아뱌티란니스 주라스시카가 곁을 스쳤다는 흔적은, 한 공간에 하나의 방식만 허락되지 않았음을 증언합니다. 토르보사우루스 탄네리는 대서양 건너 몬트로스와 프리몬트, 올버니를 포함한 북아메리카의 무대에서 같은 계통의 또 다른 길을 펼쳤고, 어쩌면 이들은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다른 동선을 택했을 모습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여섯 번 남겨진 화석의 흔적은 충분함의 선언이라기보다, 아직 열리지 않은 장면이 많다는 고요한 예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토르보사우루스 구르네의 이야기는 끝난 문장이 아니라, 다음 발굴의 손끝에서 다시 이어질 여백으로 우리 곁에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