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층의 저녁별, 아레니사루스 아르데보리
아레니사우루스 아르데보리라는 이름은, 사라져 가는 시대의 숨결을 붙잡아 오늘로 데려온 낮은 종소리 같습니다. Pereda-Suberbiola 외 연구진이 2009년에 건넨 이 이름은, 끝의 시간이 얼마나 깊은 생의 무대였는지 조용히 일깨웁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스페인 우에스카의 땅이 아직 따뜻한 먼지를 품고 있던 마스트리흐트절, 70.6 ~ 66 Ma의 길고 느린 황혼이 평원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지층은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오래 버틴 발걸음들이 겹겹이 눌린 시간의 결로 펼쳐집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아레니사우루스 계통의 몸 설계는 빠르게 앞지르기보다,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 균형을 오래 지키려는 선택처럼 그려집니다. 그리하여 그 형태의 차이는 단순한 모양의 차이가 아니라, 끝을 향해 기울던 시대에 끝내 살아남으려는 고단한 문장으로 읽힙니다.
아레니사루스 아르데보리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시기 같은 권역에서 브라시사루스 카누되와 아디노모사우루스 아르카누스가 곁에 서 있었고, 평원은 한 종의 독무대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동선과 머무는 층위를 달리하며, 같은 하늘 아래 각자의 자리를 비켜 내주었을 것입니다. 비로소 생태계의 긴장감은 충돌의 함성 대신, 정교한 거리 두기와 공존의 호흡으로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아 있는 흔적이 단 하나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아주 신중히 남긴 희귀한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우에스카와 인근의 땅속에는 말해지지 않은 장면이 잠들어 있고, 다음 발굴은 이 고요한 주인공의 하루를 더 길게 밝혀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