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지층을 건너는 순례자, 브라시사루스 카누되
브라시사루스 카누되라는 이름은 사라진 계절의 숨을 조용히 불러옵니다. 늦은 백악기의 끝자락에서 이 존재는 오래 버텨낸 땅의 호흡과 함께 느린 걸음을 남긴 모습입니다. 그 이름은 멸종 직전의 세계에서도 끝내 삶을 이어가던 생명의 낮은 떨림으로 들려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마스트리흐트절의 스페인 우에스카에는 바람보다 오래된 침묵이 깔려 있었고, 그 위로 생의 무게가 겹겹이 내려앉습니다. 그 시간은 70.6 ~ 66 Ma에 이르며, 대륙의 저녁빛이 길어질수록 한 종의 그림자도 더 또렷해집니다. 비로소 브라시사루스 카누되의 발자취는 장소와 시대를 넘어, 끝을 향해 달려가던 지구의 심장 박동과 맞물려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하드로사우루스류의 흐름 위에 선 브라시사루스 카누되는, 기본 체형과 방어 구조를 스스로의 생존 문장으로 다듬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몸의 균형과 움직임의 우선순위 하나하나가 같은 하늘 아래서도 다른 삶의 길을 택하게 한 고단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어쩌면 그 형태는 강함을 과시하기보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늦추려는 조용한 결심이었을지 모릅니다.
브라시사루스 카누되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마스트리흐트절, 같은 우에스카 권역에서 아레니사루스 아르데보리와 브라시사루스 카누되는 서로의 존재를 밀어내기보다 동선을 가늠하며 비켜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가까운 권역의 아디노모사루스 아르카누스까지 더해지면, 같은 환경의 무게 속에서도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다르게 자라난 풍경이 그려집니다. 그래서 그 평원은 승패를 가르는 전장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와 거리 감각으로 균형을 세우던 정교한 공존의 무대였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종을 우리 앞에 데려온 흔적이 단 한 점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내 감추어 둔 희귀한 서사입니다. 2010년 Cruzado-Caballero 외의 명명 이후에도 여백은 여전히 깊고, 침묵은 오히려 다음 발굴의 장면을 더 또렷이 예고합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지층의 페이지에서 브라시사루스 카누되의 하루가 언젠가 다시 숨을 고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