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의 느린 등불, 데만다사루스 다르이니
데만다사루스 다르이니라는 이름은 이베리아의 오래된 땅결 위에 조용히 떠오르는 불빛처럼 다가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수많은 생명이 스쳐 갔어도, 이 이름은 오래 견딘 시간의 호흡을 낮고 깊게 들려줍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오늘의 스페인 부르고스에 해당하는 땅은 오테리브절에서 압티아절, 130 ~ 122.46 Ma의 강과 평원이 번갈아 숨 쉬던 무대였습니다. 흙과 물과 계절의 무게가 천천히 켜켜이 쌓이던 그곳에서, 데만다사루스 계통의 발걸음이 시간의 문턱을 넘어 우리 곁으로 번져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데만다사루스라는 계통의 몸 설계는 거친 환경 압력 속에서도 에너지를 아끼고 이동의 리듬을 지키려는 긴 인내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선택은 화려함보다 지속을 택한 진화의 문법이었고, 그래서 이 존재의 형상은 살아남기 위한 온화한 결심처럼 그려집니다. 으로파티탄 에스트우디와 데만다사루스 다르이니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오테리브절의 부르고스에서는 으로파티탄 에스트우디가, 그리고 같은 시기 이베리아의 테루엘에서는 이궈노돈 갈벤시스가 각자의 보폭으로 풍경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서로는 정면으로 밀어내기보다 층위와 동선을 조심스레 갈라 쓰며 비켜갔고, 그리하여 같은 환경 압력 속에서도 전혀 다른 체형 철학이 나란히 자라났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를 붙잡아 둔 흔적은 단 한 점, 그래서 빈칸은 결핍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장면입니다. 2011년 Torcida Fernández-Baldor 외 연구진이 데만다사루스 다르이니라는 이름을 남긴 뒤에도, 부르고스의 지층은 아직 끝내 말하지 않은 다음 문장을 조용히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