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는 잔향의 주자, 키로스테노테스 페르그라키리스
키로스테노테스 페르그라키리스라는 이름은 캄파니아절의 숨결 위에 오래 머무는 메아리처럼 들려옵니다. 1924년 길모어가 붙인 이 이름은, 한 생명의 윤곽을 오늘까지 조용히 붙들어 온 표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83.5 ~ 70.6 Ma의 긴 시간 속에서, 캐나다 앨버타의 땅은 느린 호흡으로 계절을 쌓아 올렸을 것입니다. 그 위로 키로스테노테스의 하루가 시작되고 사라지며, 생존의 작은 결심들이 풍경 사이로 잔잔히 전개됩니다. 여전히 그 시절의 공기는 지층의 결마다 엷게 스며 있는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 계통의 삶은 거대한 힘 하나에 기대기보다, 기본 체형과 방어 구조의 균형을 세밀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흘렀던 듯 보입니다. 비로소 살아남는다는 일은 단번의 승부가 아니라, 움직임과 자원 사용을 조율하는 고단한 선택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키로스테노테스라는 이름 아래의 생존은, 날카로운 격돌보다 오래 버티는 리듬으로 완성됩니다. 키로스테노테스 에레간스와 키로스테노테스 페르그라키리스,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계통의 키로스테노테스 에레간스가 같은 시대를 건넜다는 사실은, 한 혈통 안에서도 삶의 방식이 여러 갈래였음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 같은 앨버타의 무대에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또한 존재했고, 서로는 파국으로 치닫기보다 동선을 가늠하며 거리를 두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같은 평원에서도 서로 다른 자리와 타이밍을 택하며, 긴장 속의 공존이 하루하루 이어졌을지 모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오늘 우리에게 닿은 흔적은 다섯 갈래이지만, 그것은 모자람이 아니라 지구가 일부러 남겨 둔 깊은 여백에 가깝습니다. 그 여백 덕분에 키로스테노테스 페르그라키리스의 시간은 더 오래 울리고, 앞으로의 발굴은 침묵 속 문장들을 조금씩 이어 붙여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