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의 긴 숨결, 디플로도쿠스
디플로도쿠스 카르네기이는 광활한 강변 저지대를 천천히 훑으며 잎의 결을 읽던 거대한 초식의 실루엣입니다. 최대 27m에 이르는 몸과 약 11,500kg의 무게는 위협의 과시라기보다, 오래 걷고 오래 먹기 위해 시간을 몸에 품은 결과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1901년 Hatcher가 붙인 이름은, 늦은 쥐라기의 바람처럼 지금도 낮고 길게 울립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키메리지절에서 티토니아절로 넘어가던 157.3 ~ 145 Ma, 땅은 물기 어린 범람원의 냄새와 느린 계절의 박동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오늘의 Albany와 Sandoval로 이어지는 미국의 강가에서는, 거대한 그림자가 물안개를 밀어내며 하루의 질서를 만들었을 모습입니다. 비로소 이 공룡의 시간은 한순간의 장면이 아니라, 강이 굽이칠 때마다 다시 시작되는 긴 호흡으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길게 뻗은 몸과 유연한 꼬리는 거대한 생명에게 주어진 사치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끝내 다듬어진 문장에 가깝습니다. 특히 가는 꼬리를 채찍처럼 썼을 수 있다는 가설은, 이 거인이 힘의 과시보다 거리의 조절과 경계의 리듬을 익혔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한 번의 꼬리 떨림은 충돌을 피하고 내일의 풀밭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장 조용한 선택이었을지 모릅니다. 디프로도쿠스 로느구스와 디플로도쿠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키메리지절의 무대에서 디프로도쿠스 로느구스와 브론토사루스 엑스켈수스는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먹이와 동선의 결을 달리하며 평원을 나누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셋 모두 초식의 길 위에 있었으니 식물 자원을 향한 긴장은 있었겠지만, 그 긴장은 파괴보다 간격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흐릅니다. 그리하여 같은 시간, 같은 지역의 거인들은 정면의 충돌 대신 비켜 서는 지혜로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냈던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종이 남긴 흔적은 단 세 번의 등장으로 우리 앞에 서며, 지층 사이에 쉽게 닫히지 않는 여운을 남깁니다. 그 적은 흔적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일부러 아껴 둔 비밀의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미래의 발굴이 또 하나의 뼈를 깨우는 날, 디플로도쿠스의 하루는 지금보다 선명하고 따뜻하게 되살아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