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안개 젖은 평야의 숨을 품은 순례자, 코레노사루스 보세느겐시스. 코레노사루스 보세느겐시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계절의 결을 따라 천천히 울리고, 그 울림은 지금도 남해의 바람 끝에서 되살아나는 모습입니다. 비로소 이 이름은 한 종의 호칭을 넘어, 늦은 백악기가 남긴 낮고 긴 맥박처럼 들려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보성군의 지층을 바라보면 흙빛 파도 아래로 산토니아절에서 캄파니아절에 이르는 시간이 조용히 열립니다. 그 시간은 86.3 ~ 72.1 Ma의 너비로 이어지며, 젖은 평원과 계절의 흔들림 속에서 작은 발자국 하나가 삶을 이어가던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하여 장소는 지명이기 전에 무게를 지닌 무대가 되고, 생명의 호흡은 오래된 바닥에서 다시 번져 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코레노사루스 보세느겐시스의 계통은 힘을 과시하기보다 몸의 틀과 이동의 리듬을 세심하게 조율하는 길을 택했으리라 그려집니다. 같은 시대의 압력 속에서도 각 계통마다 체형의 문법이 달라졌다는 흔적은, 살아남는 방식이 하나가 아니었음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여전히 그 선택의 결은 하루를 버티는 동작 하나하나에 스며 있었고, 진화는 그렇게 다정하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트루돈 포르모수스와 코레노사루스 보세느겐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산토니아절의 하늘 아래, 트루돈 포르모수스와 히파크로사우루스 스테비느게리도 저마다 다른 대륙의 평원에서 같은 계절 변동을 견뎌냈습니다. 서로의 생활 무대는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기후와 식생의 압력 앞에서 체형 프레임과 거리 운영 방식은 각기 다른 해답으로 빛났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의 긴장은 충돌의 소음보다,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균형으로 더 선명했을 것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이 존재를 비추는 화석 흔적은 2번만 모습을 드러냈고, 그래서 더 희귀하게 빛나는 지구 역사의 봉인처럼 남아 있습니다. 2011년 Huh 외 연구진이 이름을 건넨 뒤에도 보성의 층리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장면들이 고요히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발굴의 순간, 우리는 이 조용한 생존자가 어떤 계절의 바람을 견디며 걸었는지 한 걸음 더 가까이 듣게 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