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파크로사루스 스테비느게리(Hypacrosaurus stebingeri)는 거대한 오리주둥이 공룡 가운데서도 성장 속도로 존재감을 드러낸 초식동물이었다. 이 종의 핵심은 성체 크기 자체보다, 어린 개체가 짧은 시기 안에 무리의 이동 리듬을 따라갈 만큼 빠르게 몸을 키웠다는 점에 있다. 산토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동안 미국 몬태나의 글레이셔·폰데라와 캐나다 앨버타에 걸친 범람원에서 이런 생활사가 반복됐을 것으로 복원된다.
뼈 조직에 남은 가속 구간
어린 개체 뼈를 얇게 절단해 보면 혈관 자국이 촘촘하고 성장선 간격도 넓어, 한 해 단위의 체급 상승 폭이 컸음을 시사한다. 이는 무리 생활에서 취약한 시기를 짧게 줄였다는 뜻이어서, 포식 압력이 높은 환경에서 꽤 실용적인 전략이 된다. 완전한 연령표가 모두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공룡이 느린 성장형은 아니었다는 결론은 비교적 단단하다.
머리 장식보다 중요한 집단 운용
히파크로사우루스류의 볏은 전시 구조이면서 동시에 소리 전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자주 논의된다. 스테비느게리에서도 정확한 음역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연령별로 다른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동 타이밍을 맞췄다는 해석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같은 지층에서 보고되는 코리토사우루스나 그리포사우루스와 비교하면, 비슷한 초식 생활권 안에서도 의사소통 방식과 무리 간 거리 운영은 꽤 다르게 짜였을 것으로 본다.
북아메리카 서부 내륙의 초식 압력
이 공룡이 살던 평야에는 다스플레토사우루스 같은 대형 포식자와 작은 수각류가 함께 있었다. 그 조건에서 히파크로사루스 스테비느게리는 개체 하나의 방어력보다 집단의 밀도와 동시 이동으로 위험을 분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종을 이해하는 핵심은 화려한 외형보다, 빠른 성장과 무리 운용을 결합해 백악기 후반의 풀밭을 버텨 낸 생활 기술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