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건너온 초식의 맥박, 오에노돈 혹기
오에노돈 혹기는 오래된 지층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이름입니다. 1874년 Owen이 붙인 이 학명에는, 급한 포효보다 버텨내는 호흡을 택한 생명의 결이 잔잔히 배어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티토니아절에서 베리아스절로 이어지는 152.1 ~ 139.8 Ma, 대지는 한 시대의 황혼과 다음 새벽을 함께 품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독일의 바이에른과 자우어란트, 스페인의 발렌시아나로 이어지는 유럽의 하늘 아래에서도 동시대 생명들의 그림자가 길게 흘렀고, 오에노돈 혹기의 시간 또한 그 결을 따라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이 이름은 찰나의 반짝임보다, 오래 견디는 걸음으로 기억되는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오에노돈 계통의 몸틀은 같은 시대의 이구아노돈 계통과 출발점부터 다른 결을 지녔다고 그려집니다. 체형과 방어의 방식이 달랐다는 사실은, 같은 압력 속에서 서로 다른 생존의 문장을 써 내려간 고단한 선택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선택 덕분에 이 생명은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자기 리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구아노돈와 오에노돈 혹기가 나눈 공존의 거리 티토니아절의 시간축에서는 이구아노돈과 석판시조새 또한 각자의 길을 열어 갔습니다.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법, 먹이망을 건너는 시간대가 갈렸기에 이들은 정면으로 밀어내기보다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로소 같은 시대라는 넓은 무대 안에서, 생명들은 충돌보다 분리를 통해 균형을 세워 가는 모습입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오에노돈 혹기는 여섯 차례 모습을 남기며 우리 곁에 다가왔고, 그럼에도 서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남겨진 여백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일부러 접어 둔 페이지처럼 고요하며, 다음 발굴의 손길을 기다리는 침묵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잠든 층이 더 열리는 날, 이 이름의 하루와 계절은 지금보다 한층 선명하게 되살아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