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안의 느린 맥박, 암에라카댜 케란제
암에라카댜 케란제라는 이름은 늦은 쥐라의 바람을 등에 지고 천천히 걸어 나온 생명의 결을 떠올리게 합니다. Mannion 외가 2019년에 붙인 이 학명은 오래 잠든 지층의 숨을 다시 들리게 하는, 조용하지만 깊은 호명으로 남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티토니아절의 끝자락, 152.1 ~ 145 Ma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탄자니아 Lindi의 땅은 뜨거운 빛과 긴 침묵을 함께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존재는 모래와 진흙이 번갈아 스치는 풍경 속을 건너며, 대륙의 느린 맥박과 나란히 하루를 이어 갔으리라 그려집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암에라카댜 계통의 몸은 힘을 한순간에 몰아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거리와 리듬을 오래 지키도록 다듬어진 모습입니다. 비로소 그 선택은 빠른 승부보다 긴 생존을 향한 고단한 설계로 전개되며, 같은 평원에서도 불필요한 마주침을 줄이는 지혜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스트라로도쿠스 보헤티와 암에라카댜 케란제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티토니아절, 같은 Lindi의 무대에는 아스트라로도쿠스 보헤티와 오스타프리카사루스 크라스시세르라투스도 저마다의 결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웃의 시간은 전쟁처럼 맞부딪히기보다, 서로 다른 체형의 철학이 동선을 비켜 주며 균형을 세우는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열린 공간을 택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층위를 스쳐 지나며, 한 땅의 하루를 다르게 사용했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우리 앞에 남은 화석 흔적이 두 점뿐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특별히 아껴 둔 희귀한 증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암에라카댜 케란제는 완성된 초상이라기보다, 미래의 발굴이 한 줄씩 이어 써야 할 페이지로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