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사로로푸스 투비켄(Parasaurolophus tubicen)는 머리 뒤로 뻗은 거대한 볏을 소리 장치로 바꾼 초식 공룡이다. 이 볏은 장식만이 아니라 숨길과 공명 공간을 함께 품어, 개체 사이 신호를 멀리 보내는 데 쓰였던 구조로 읽힌다. 북아메리카 남서부의 늦은 백악기 범람원에서 살며, 덩치 큰 하드로사우루스류가 밀집한 환경에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가진 종이었다.
관처럼 휘어진 볏의 내부 설계
투비켄 표본의 두개골을 보면 볏 안 통로가 길게 굽어 이어져 있다. 짧고 높은 소리보다 낮고 멀리 퍼지는 음색에 유리한 형태라서, 짙은 식생 사이에서도 무리 간 위치를 맞추는 신호 체계였을 것으로 본다. 같은 파라사우롤로푸스 계통 안에서도 볏의 굽이와 길이가 달라, 소리의 성격과 과시 방식이 개체군마다 달랐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산후안 범람원에서 버틴 큰 초식동물의 리듬
미국 뉴멕시코 산후안 일대 지층에서는 각룡류와 갑옷 공룡, 다른 오리주둥이류가 함께 나온다. 투비켄은 빠른 질주형보다 무리 유지와 경계 신호에 무게를 둔 체형으로 복원되며, 넓은 범람원에서 이동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 생존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포식 압력이 높아지는 순간마다 이 긴 볏은 멀리 퍼지는 경보 장치였고, 몸집 큰 초식 공룡이 서로의 간격을 지키게 만든 소통 도구였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