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에 새긴 긴 숨, 스트렙토스폰디루스 로스트로마조르
스트렙토스폰디루스 로스트로마조르는 한 번 스치듯 남은 존재이지만, 그 한 번이 오히려 시간을 붙드는 닻처럼 느껴집니다. 1825년 생틸레르가 붙인 이름은 오래된 지층의 침묵에 작은 맥박을 돌려주었고, 우리는 그 박동을 따라 아주 천천히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칼로비아절에서 키메리지절로 넘어가는 164.7 ~ 155.7 Ma, 대지는 계절보다 더 느린 호흡으로 갈라지고 다시 이어졌습니다. 바스노르망디의 층리에는 같은 계통의 그림자가 스치고, 유타와 네우켄과 레바프의 먼 지평에서는 동시대의 발걸음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번져 갔습니다. 그리하여 로스트로마조르의 무대는 한 점으로 닫히지 않고, 멀리 떨어진 풍경들을 잇는 긴 장면으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같은 스트렙토스폰디루스 계통으로 묶인다는 사실은 닮음의 선언이 아니라, 살아남는 방식의 미세한 분기를 품고 있습니다. 비슷한 틀 안에서도 체형 운용과 서식 전략이 섬세하게 갈라졌고, 그 갈림은 하루를 건너기 위해 누적된 고단한 선택이었을 모습입니다. 어쩌면 로스트로마조르는 드러내는 힘보다 아껴 쓰는 리듬으로 자신의 시간을 지켜 냈을지도 모릅니다. 스트렙토스폰디루스 알트도르펜시스와 스트렙토스폰디루스 로스트로마조르가 나눈 공존의 거리 스트렙토스폰디루스 알트도르펜시스와는 같은 시대와 핏줄을 나누면서도, 자원을 다루는 결이 서로 달랐을 가능성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테라느고스포두스 판데미쿠스가 같은 칼로비아절의 하늘 아래 다른 대륙에서 또 다른 무게중심의 해법을 펼칠 때, 로스트로마조르 역시 자신에게 맞는 동선으로 생태계의 틈을 지켜냈겠습니다.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서로의 자리를 비켜 지나며, 오래된 균형은 조용히 이어졌습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이 존재를 가리키는 흔적이 단 하나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쉽게 열어 보이지 않는 비밀의 접힘입니다. 그래서 로스트로마조르는 희미한 잔향이 아니라 가장 희귀한 증언으로 남아, 다음 발굴의 손길을 길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닫힌 장면이 많기에, 우리는 단정 대신 가능성의 빛을 들고 그 잠든 여백 앞에 서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