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초원을 지키는 숨결, 엗몬토냐 루고시덴스
엗몬토냐 루고시덴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대지 위에서 서두르지 않고 하루를 건너던 생명의 결을 들려줍니다. 같은 에드몬토니아의 계통 안에서도 이 존재는 화려한 돌진보다 버팀과 간격의 리듬으로 기억되는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대지는 83.6 ~ 66 Ma의 느린 호흡을 품은 채,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조용히 넘어갑니다. 그 길목에서 한 초식 공룡의 삶은 짧은 승부가 아니라 긴 계절을 견디는 일로 전개됩니다. 쇼토와 알버타, 코슨으로 이어지는 동시대의 무대 또한 그 공기의 결을 낮고 깊게 울려 줍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에드몬토니아라는 몸의 문법은 과시보다 지속을 향해 다듬어진 선택처럼 그려집니다. 초식의 길을 걷는 존재에게 중요한 것은 한순간의 우세보다, 식물이 허락한 틈을 끝내 찾아내는 인내였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루고시덴스의 진화는 빠른 결론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설계로 남아 있습니다. 엗몬토냐 루고시덴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캄파니아절을 건넌 엗몬토냐 로느기켑스와 켄트로사우루스 아페르투스는, 서로 다른 평원에서도 비슷한 자원을 두고 각자의 동선을 세심히 골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 다 초식의 질서를 따랐기에 풍요로운 때에는 느슨히 비켜가고, 메마른 때에는 더 긴장된 거리 두기가 이어졌을 모습입니다. 어쩌면 경쟁은 충돌이 아니라 타이밍의 예술이었고, 서로의 리듬을 읽는 공존으로 완성됐겠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1930년 Gilmore가 이 이름을 붙인 뒤에도, 루고시덴스는 일곱 겹의 흔적만 남긴 채 긴 침묵을 지켜 왔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모자람이 아니라, 지층이 아직 천천히 넘기고 있는 신비로운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미래의 발굴이 그 장을 더 열어 준다면, 우리는 이 공룡의 하루가 지닌 온도와 결을 조금 더 또렷하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